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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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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집은 문화입니다.
작성자 대표 관리자 (ip:)
  • 작성일 2011-10-20 18: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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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적은 없었습니다. 단군 이래 조선까지 한반도  민족국가가 존재하는 동안 우리는 고유의 우리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국 대륙의  변방 취급을 받긴 했어도 대륙의 문화가 이 땅에 들어오면 우리 풍토와 기후, 생활양식에 맞추어 우리 것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살림집은 북방의 영향을 받은 ‘온돌'문화와 남방의 영향을 받은 ‘마루'문화가 통일되어 고유의 자기 색깔을 가졌으며, 청나라가 흰색을 금지하고 청색의 옷을 강요 하였을 때도 백성들은 백의(白衣)를 입음으로써 항거했습니다. 일제 식민지시대 나라를 잃은 백성은 흰옷을 입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고, 말과 글을 모두 빼앗겼어도 백성은 대지에 뿌리박고 민족정신만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위정자들과 지식인들이 새로 군림한 지배자에게 복종하고 그들처럼 되기 위하여 그들의 문화를 앞 다투어 복제하고 나섰지만 지금처럼 일반 백성 모두가 무감각적으로 서구문화에 중독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전쟁 후 가난했던 시절의 아메리카 드림이 아니라 이제는 아예 세계화를 내세운 국적미아 상태가 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조기 유학을 보내고. 보다 빠르게 그들의 언어와 문화에 길들여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민족 정신, 민족 경제, 민족 문화..., 이 모든 것들은 소심한 민족주의자들이나 주장하는 시절 지난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반세기의 역사를 뒤바꾸어 놓은 서구화의 실체를 드러내고 민족의 대안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현재 우리 모습을 뒤 돌아보면 전통의 맥이 뿌리 채 뽑힌 민족, 단절의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 제국에서 남아도는 밀가루와 우유가루가 무상원조라는 이름으로 제공되고, 카키색 군복, 그들의 성적 유희물로 처녀들이 몸을 팔고,  군 통수권을 저당 잡힌 나라, 민족이 두 동강 나고 언제든지 마음먹으면 전쟁 수요마당으로 변할 수 있는 이 땅, 그리하여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서양인들의 양복과 양식, 양옥으로 의식주를 바꾸었습니다.   한복과 한식, 한옥은 주(主) 개념이 아니라 민족의 옛것, 향수로만 치부됩니다.      

 
7-80년대 노동자 농민의 피땀을 바탕으로 한 개발독재의 성과는 중산층을 양산했고, 중산층의 지향은 분명 서구적이었습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도시로, 공장으로 내달리던 사람들은 먹고 살만 해지자 이제 탈 도시를 꿈꿉니다. ‘일과 교육은 도시에서, 휴식은 자연에서...’, 그리하여 전원주택 붐이 왕성하던 1990년대 중반 이후 전원주택으로 지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주택이 서양 사람들의 집 모양이었습니다. 비버리힐즈를 꿈꾸며.  
뾰족지붕이 하늘을 찌르는 외양,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는 서구식 공간, 화려한 화장실, 서양식 데크, 정원에 깔린 잔디밭, 골짜기 마다 높은 산등성이를 뭉개고 옹벽과 석축으로 쌓아올린 바둑판 모양의 단지들에 성공한 중산층의 서구식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중산층의 서구 지향 의식을 건축업계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도시는 콘크리트 빌딩들이 점령하고, 농촌(전원)은 서구 목조주택이 점령하는 서양 건축양식의 전성시대가 된 것입니다. 화려한 외양과 실용성은 서구 지향의 중산층 입맛에 딱 맞았고, 부동산 개발과 업계의 물량공세로 이제 시골의 주택은 의례 서구 목조주택풍이려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른 수입 자재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수입된 공법들은 제 각기 모습을 달리하며 중심적인 건축 양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서구지향의 문화의식이 지배하는 한 주택에 부는 서구화는 당연한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서양의 가치관과 한국(동양)의 가치관이 다르듯, 서양의 주택과 한국(동양)의 주택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집은 그 나라의 기후와 생활, 문화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운 지방의 북방 문화가 온돌문화(좌식)라면, 더운 지방의 남방 문화는 마루문화입니다. 한국은 계절적 요인 상 북방문화와 남방문화가 통일을 이루는 독특한 주택 유형을 갖추어 왔습니다. 거기에 농촌 공동체라는 특성이 채 나눔의 건축 양식을 보편화 시켰고, 집은 마을의 공동 집짓기로 이루어져 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산업산회를 기반으로 하는 서양의 문화는 개인 중심의 가치관으로 이루어진 복도식 다세대 주택 개념(하나의 집 안에서도 개인 공간을 중심으로 한 공간 구조)이 중심이었습니다. 침대와 라지에터, 벽난로 등 입식 생활이 기본 형태가 된 것입니다.     


바로 산업적 기반과 가치관, 생활양식의 총체로서 주택은 이미 문화적 산물입니다. 농촌 공동체의 급격한 파괴와 산업화로의 강제 이행, 서구 지향의 자본주의화가 민족의 토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린 것입니다. 하지만 이식된 문화는 이질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워낙 물량으로 제압하다보니 수입된 외래종이 자기 것인 양, 의식 없이 추종되고 있을 뿐입니다.


이는 단순하게 주택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문화의식의 결과입니다. 이제 뒤 돌아 볼 여유를 조금 찾은 우리로선 진지하게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서구적 사고와 문화양식에 대하여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통일, 동양과 서양의 통일, 그것을 녹여서 한 민족의 우수한 민족 역량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생각이 바뀌면 집도 바뀌고, 집이 바뀌면 그 속에 진정한 사람이 있게 됩니다. 사람 중심의 건축이 가능해 집니다.  ‘남들이 다 그러하니까, 돈에 맞추어 집을 지어야 하니까, 요즘 추세는 그러하니까’가 아닌, ‘내 집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건축양식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가 문화적 행위로서의 건축, 집짓기를 가능케 합니다.
바로 우리 살림집 정신(자연과 이웃으로 열려 있는 주거 문화)을 되살리고, 현대인들이 살기 편한 현대 한옥(현대 흙집)으로 계승하는 것이 그 대안이라 믿습니다. 바로 민족의 정체성을 찾는 건축 문화로서의 집짓기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이는 집의 외양과 내부 공간, 집을 짓는 건축 소재 모두에 해당합니다. 한옥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갤 때, 단순한 복원이 아닌 계승 발전의 창조적 행위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문화는 창조적 행위를 동반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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